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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 넌> 2021 프로젝트 보기/칼럼, 좌담12

우리는 앞으로도 모르겠지만 - 정지원 우리는 앞으로도 모르겠지만 글쓴이: 정지원(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안전한 공간을 찾아서 위티에서의 활동은 안전한 공간에 대한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여성 청소년으로 살아가며 내게 주어진 공간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 청소년은 학교와 가정에 속한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 밖의 공간을 선택하기 어려웠고, 노동과 정치 활동도 제한되었다. 내가 속한 공간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학교 밖의 공동체에 대한 정보는 부재했다. 안전한 공간이 장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청소년의 접근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공간도 많지만, 공간에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더라도 공간을 구성하는 공동체에서 환대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감각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그 공간을 안전하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나에게는 .. 2021. 11. 28.
위계와 공공극장 내 안전-고 박송희님 무대 사망사건을 중심으로 - 임인자 공공극장 내 안전-고 박송희님 무대 사망사건을 중심으로 글쓴이: 임인자(독립기획자, 공공극장안전대책촉구연극인모임) 무대 위에서의 죽음 2018년 9월 6일, 김천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 설치 작업 중 공연단체의 조연출 故박송희님이 무대 바닥면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는 리프트 공간의 6.5m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사건이 발생한 김천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은 건물 3층에 위치하여 1층에서 3층으로 리프트를 통해 무대장치를 반입하고 하강하는, 안전 관리가 필수적인 공공극장이다. 사건 당시 故박송희님은 무대가 하강되는 지점(리프트 위치)으로부터 불과 1.5m 거리에서 김천시문화예술회관 소속 무대감독의 지시에 따라 무대세트 도색작업 중이었다. 공연단체 무대감독의 요청에 따라 김천시문화예술회관 소속 공무원 .. 2021. 11. 28.
아주 순수한 공놀이 - 유이우 아주 순수한 공놀이 글쓴이 : 유이우(시를 쓴다. 공놀이를 좋아한다.) 올가을 친구들과 배드민턴 대회를 열었다. 건강해지려는 목적은 전혀 아니었고, 우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연한 일이었다 치기엔 오래전부터 어렴풋이 자발적 운동회에 대한 로망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배드민턴이었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그건 정말로 우연이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나는 주로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구민체육선터 앞 체육공원에서 음악이 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트랙을 돌면서 자전거를 탄다. 물론 이것 또한 건강해지기 위한 목적은 아니고, 자전거를 타고 바깥 공기를 풀어헤쳐가며 듣는 음악의 순간은 어떤 날들 속에서 잃어버린 내 기분을 무엇보다 잘 되찾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트랙을 돌고 돌며 찾아오.. 2021. 11. 28.
'다름'의 품격 - 김보린 ‘다름’의 품격 글쓴이: 김보린(춘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 가을의 정취가 묻어나는 11월 첫째 주 토요일 아침 10시, 춘천시청 뒤편에 있는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공간에 들어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둘러앉은 사람들을 면면이 살펴보니, 20대 초반부터 90세 어르신까지 참 다양했다. 겉모습으로만 봐서는 도무지 이들은 무슨 작당을 위해 모인 건지 예측하기 힘든 이 모임, 바로 춘천문화재단의 ‘문화 다양성 예술교육 워크숍’이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은 춘천 시민들이 중앙의 거대 담론보다 지역이라는 내 삶터 안에서의 안전과 행복, 관계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지는 데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춘천문화재단은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지역 분권화.. 2021. 11. 28.
10대 성/평등 교육을 둘러싼 현장들 - 강동희 10대 성/평등 교육을 둘러싼 현장들 글쓴이: 강동희(동글/페미니즘교육플랫폼Be.Do.) 교육은 차별과 폭력을 종식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차별과 폭력을 완화시키는 차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고 불평등한 현장에서 가장 느리게 끝까지 차별받는 존재와 함께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큰 화두 중에 하나는 성평등이라 할 수 있다. 여성혐오, 젠더폭력, 성차별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며, 이를 위한 성폭력예방교육, 젠더감수성교육, 성평등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성평등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학교 현장은 이러한 흐름에 한참 뒤처져 있다. ‘#우리는페미니스트교사가필요합니다’ 운동,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청와대.. 2021. 11. 28.
우리 함께 오래오래 - 정은지 우리 함께 오래오래 글쓴이: 정은지 사회적협동조합 혁신청에서 활동가이자 디자이너로 일하고,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TTBW를 운영하며 웹 기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사회문제와 지역의 일에 관심이 많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프로세스를 다듬는 일을 즐긴다. FDSC에서는 지역지부와 빅활동 SEE-SAW, 페미니스트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페디소를 운영하고 있다. 일요일 아침 9시 6분, 선아 님께 걸려온 전화벨 소리를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은지 님~ 일어나셨어요? 회의 시작해요. 빨리 들어오세요!” 전화를 끊고 눈 비빌 새 없이 컴퓨터 앞에 앉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누군지 묻지 않아도 운영팀장 인아 님이 분명했다. “저 지금 들어가고 있.. 2021. 11. 28.
권위와 위계 - 이택광 권위와 위계 글쓴이: 이택광(문화비평가) 우리는 보통 권위와 위계를 혼동한다. 물론 후자가 전자를 만들어내는 물질적 토대인 것도 사실이다. 권위는 모든 조직의 작동 방식이다. 그렇기에 권위와 위계는 상호작용이기도 하다.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위계가 필요하고, 위계가 있기에 권위도 지속한다. 그러나 엄연히 둘은 서로 다르다. 위계 없는 권위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역사에 등장하는 영웅적인 인격들은 위계를 파괴함으로써 권위를 획득한다. 말하자면, 위계는 권위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권위가 위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를 작동시키는 필수 요소로 카리스마적인 인물을 꼽았다. 그러나 이 카리스마적인 인물이 그 권위의 영향력을 위계로써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를 사라지게 만드.. 2021. 11. 28.
새로운 시대의 대중문화와 참여의 의미 - 정지우 새로운 시대의 대중문화와 참여의 의미 글쓴이: 정지우(문화평론가, 저자) 최근 미디어환경이 급변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과거 일방적인 공중파 TV 송출이나, 신문 발행, 그밖의 각종 문자와 영상 매체가 지금과 달랐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일방향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매체가 쌍방향성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유튜브 등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영상 송출에 달리는 실시간 채팅들, 뉴스마다 달리는 댓글들, 그 외에도 여러 SNS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범람하는 평가들은 쌍방향 시대를 확고히 증언하고 있다. 그래서 생산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이 과거에는 정부 위원회의 검열이나 유력 평론가들의 평가 같은 것이었다면, 이제는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2021. 10. 27.
둘 다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말, 완전히 나의 것은 아닌 그런 말 : 『예의 있는 반말』에 관한 짧은 리뷰 - 정동규 둘 다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말, 완전히 나의 것은 아닌 그런 말 : 『예의 있는 반말』에 관한 짧은 리뷰 글쓴이: 정동규(『예의 있는 반말』 프로젝트 기획자) "한국 사회에 강하게 남아 있는 차별과 억압의 근본적 원인은 '존댓말'과 '반말'로 이루어진 '존비어 체계'에 있습니다."[1] 한국에는 오랜 시간 동안 변한 적 없었던 두 유행이 있다. ‘존댓말’과 ‘반말’이라는 유행. 이 유행을 만들었던 누군가를 특정할 수도 없을 뿐더러, 어쩌다 존댓말과 반말이 보편적인 말이 되었는지 크게 궁금해하지 않은 채 한국말을 자기 자신의 말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유행을 따른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견해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놓은 유행과 구조하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유령’의 집에 머물며 .. 2021. 10. 27.
흉(凶) - 이옥수 흉(凶) 글쓴이: 이옥수 (유자차스튜디오 / 원더러스트 / D대학교 문예창작과 미투운동 연대발기인) 상처가 아물고 남은 흔적이나 자국을 흉(凶)이라고 한다. 무언가에 베인 피부라도 흉이 남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기 물린 부위가 흉으로 남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체질에 따라 각기 다른 상처가 각기 다른 흉으로 자리한다. 문화예술계의 미투 운동(MeToo Campaign), 특히 지역에서 미투 운동을 다루는 방식이나 바라보는 관점 등을 접할 때 미투 운동을 하나의 정리되지 않은 이슈, 다루고 싶지 않은 이슈 정도로 대하는 것을 보며 이미 아물었다고 생각했던 상처가 흉이 되지 못한 채 다시 툭 터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지역에서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매우 현실적인 측면이라는 생각.. 2021. 9. 30.
현장의 목소리: 조각 장르 내 카르텔에 관한 대화 현장의 목소리: 조각 장르 내 카르텔에 관한 대화 패널: 임기오 조각가(이하 ‘오’로 표기), 홍기하 조각가(이하 ‘하’로 표기) 기록자: 정혜진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사업 운영단(이하 ‘진’으로 표기) 자고로 네트워크는 각자의 필요에 의해 개별적으로 생성되고 미지근하게 유지된다. 진: 사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을 때 두 작가를 떠올린 데에는 같은 조각 장르라는 것 이외에도 굳어진 기존 체제에 대한 대안적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홍기하 작가의 경우 남성 작가 중심 조각계에서 여성 작가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한국 여성 조각가 카르텔’을 운영하고 있고, 임기오 작가의 경우 소위 In 서울 예술 대학 출신의 학연 중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작가 그룹 ‘CNU’를 운영하고.. 2021. 8. 25.
문화예술계, 탈위계와 성평등이 시급하다! 문화예술계, 탈위계와 성평등이 시급하다! 문화예술계, 탈위계와 성평등이 시급하다! 글쓴이: 김재상(문화연대) 문화·예술계에 존재하는 ‘남성 중심적 권력 문화’가 문화·예술계 내 불평등을 심화하고 특정 계층 및 인물 중심의 위계 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사회 전반에 만연한 ‘남성 중심적 권력 구조’가 문화·예술계에도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예술인’에 대한 “인권”과 “문화권”¹⁾의 문제는, 창의성·감수성·독창성 등과 같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제한된 해석과 가치 표방에 가려져 점점 더 곪아갔을지도 모른다. #문제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문화·예술계 위계구조 사회 전반의 ‘남성 중심적 권력 구조’에 의한 문제는 문화·예술 분야만의 특수한 환경과 만나 더욱 심화 됐다. 이를테.. 2021.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