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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성/평등 교육을 둘러싼 현장들 - 강동희

2021. 11. 28.

10대 성/평등 교육을 둘러싼 현장들


글쓴이: 강동희(동글/페미니즘교육플랫폼Be.Do.)

교육은 차별과 폭력을 종식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차별과 폭력을 완화시키는 차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고 불평등한 현장에서 가장 느리게 끝까지 차별받는 존재와 함께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큰 화두 중에 하나는 성평등이라 할 수 있다. 여성혐오, 젠더폭력, 성차별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며, 이를 위한 성폭력예방교육, 젠더감수성교육, 성평등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성평등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학교 현장은 이러한 흐름에 한참 뒤처져 있다.

 

‘#우리는페미니스트교사가필요합니다’ 운동,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청와대 청원, ‘#스쿨미투’ 운동, 교대 남학생 단톡방 성희롱사건 등은 학교라는 공간이 젠더화된 공간이며 성차별과 성폭력으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못한 공간임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특히 ‘스쿨미투’는 몇몇 가해교사에 대한 고발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젠더화되고 성차별과 성폭력이 배태되어 있는 ‘학교 제도와 문화’를 폭로한 것이다. 10대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 현장에서의 페미니즘 교육실천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학교 현장에 개입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박근혜 정부 시기 교육부 주도로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하 표준안)을 제작한다. 표준안은 생식 중심의 이성애를 모델로 삼아 금욕주의를 강조하고, 십대들의 성적 권리를 침해하고, 성차별 및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퇴보적인 수준으로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은 2018 유네스코 성교육 가이드는 ‘포괄적 성교육’을 제시했다.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은 “청소년 복지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HIV 및 에이즈, 성병, 의도하지 않은 임신, 젠더 기반 폭력 및 젠더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에서,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생산적이며 충만한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포괄적 성교육으로 이야기한다. 국제사회에서는 국제인권법 사회권위원회에서 포괄적 권고로 제13조 교육권 조항 등에 기반해 포괄적 성교육을 권고했다.

 

대안으로서의 포괄적 성교육을 이야기하자

 

‘포괄적’이란 ‘섹슈얼리티에 대한 포괄적이고 정확하며 풍부한 자료와 연령에 맞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성과 생식의 해부학적 지식, 사춘기 및 생리, 현대적 피임, 임신 및 출산, HIV 및 에이즈를 포함한 성병(STIs)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다. 복지와 건강, 성적 관계에서의 의사소통 등을 향상시켜 학습자의 역량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포괄적 성교육은 ‘아동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개인의 건강권, 교육권, 동등한 정보 접근권 및 차별 금지와 같은 보편적 인권’에 기반한다. 또한 젠더 규범이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방식을 다루며, 이러한 불평등이 아동 청소년의 건강과 복지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한국에서 성교육은 연간 15시간 이상이 의무임에도 충실히 실행되지 않는 형편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시행 중인 포괄적 성교육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제공되며, 학습자의 진학 단계별로 체계화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 교육안의 중요한 전제는 청소년 스스로가 ‘성적 주체’라는 것이다. 포괄적인 성교육과 더불어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연애와 소통, 성 건강, 피임, 성관계 준비와 책임, 십대 임신과 양육, 임신 중단 등)에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성평등 전담관이 있어야 한다. 십대가 자신의 성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누리면서 성적 주체로 성장하도록 함께하기 위해서다.

 

현행 성교육은 규범화, 훈육의 교육이다

 

비장애인 중심의 ‘성교육’은 발달장애인의 입장에서 다시 쓰여야 한다. 훈육에 익숙한 몸, 저항할 수 없는 몸을 기르는 것이 핵심으로 성교육이 작동하고 있다. 국가 교육으로 제도화된 성교육은 ‘비장애인 이성애 시민’을 표준으로 삼았다. 정상적 생애 주기의 범주에서 벗어나 비이성애적 성적 실천을 하는 성소수자를 사회에서 일탈한 대상으로 취급하듯, 발달장애인은 인지와 학습 및 감정 감각을 통제하기 어렵기에 성적으로 과잉된 존재로 판단하고 있다. 장애인의 성적 경험 욕구를 반영하지 않고 이들을 탈성애화된, 성적으로 무지한 존재로 배제하며 성적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나 장애인의 성교육, 시민권을 고민하는 것은 정상 규범의 생애 주기에서 이탈되는 즉시 수많은 차별과 힘든 상황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혹은 그 미션을 통과하지 못해 실패로 낙인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문제로서 성교육을 비롯한 성/평등 교육이 위치한다. 따라서 교육/문화예술의 내용을 만드는 전문가 집단도 자신들의 장애차별주의를 성찰해야 한다.

 

섹슈얼리티는 금지와 금욕이 아닌 행위와 실천이다

 

우리는 성적 주체가 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어떤 행동의 '주체'라고 하면, ‘내가 나한테 맞는 걸 잘 알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청소년들은 성적인 영역에서 무조건 배제함으로써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즉, 성적 실천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다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성적 행위를 처음으로 하는 시기는 평균적으로 13.4세로 통계에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10대는 이미 성적 실천을 하고 있다.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한국청소년정책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가 이미 고민하고 있다고 나온다. 인구학적으로 성소수자 인구를 평균 3~5%로 추산하는 것을 반추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10대들은 이미 그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섹슈얼리티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엇을 하지말까가 아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관점과 태도가 변해야 한다. 이러한 보호주의적 관점에서 교육을 하는 것이 되려 적절한 정보, 지식, 태도에 대한 접근을 낮춰서 위험성을 만든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훈육과 규범을 알려주는 것인 아닌 스스로의 섹슈얼리티를 탐색하고, 이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의 개발이 필요하다.

 

모두를 위한 제대로 된 성교육은 생각보다 빡세다

 

이러한 조건을 다 이기고, 승리해서 교육 현장을 나가더라도 많은 고민이 생긴다. 현재 성, 평등 교육은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정책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 시설이용 청소년 등 사각지대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정보 전달 중심의 교육, 다양한 매개를 활용한 교육 방법 등의 고민이 남는다. 필자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문화예술로서의 성평등 교육에 대한 실험이다. 짧은 식견이지만 페미니즘은 관점과 해석의 학문이다. 즉, 다양한 수단과 방법에 결부되어 그 가치를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인데, 특히 문화예술적 접근이 필자에게는 중요하게 다가온다. 섹슈얼리티는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몸에 체화되는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 고민 과정에서 문화예술을 수단으로 한 교육을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기술로 창의적 생산을 하는 것뿐 아니라 누구의 서사를, 누구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가. 이게 페미니즘적 질문이지 않은가. 이 고민을 몸으로 체화하고 표현하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할 문화예술 창작자, 기획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리저리 고민을 늘어놓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비교적 청소년과 비슷한 문화, 생애주기를 공유하는 청년예술인들이 더 많이 고민하고 함께할 동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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