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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탈위계와 성평등이 시급하다! 문화예술계, 탈위계와 성평등이 시급하다!

2021. 6. 16.

문화예술계, 탈위계와 성평등이 시급하다!

 

글쓴이: 김재상(문화연대)

 

문화·예술계에 존재하는 ‘남성 중심적 권력 문화’가 문화·예술계 내 불평등을 심화하고 특정 계층 및 인물 중심의 위계 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사회 전반에 만연한 ‘남성 중심적 권력 구조’가 문화·예술계에도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예술인’에 대한 “인권”과 “문화권”¹⁾의 문제는, 창의성·감수성·독창성 등과 같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제한된 해석과 가치 표방에 가려져 점점 더 곪아갔을지도 모른다.

#문제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문화·예술계 위계구조

사회 전반의 ‘남성 중심적 권력 구조’에 의한 문제는 문화·예술 분야만의 특수한 환경과 만나 더욱 심화 됐다. 이를테면, 문화·예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으로 볼 수 있는데, 가해자가 본인의 예술계 내 지위 등을 이용해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8 대중문화예술 성폭력 실태조사>연구 결과보고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 했다.

△‘예술적 행위 및 업무와 개인의 성적 경계의 불분명성’, △‘어릴 적부터 관련 직종의 교육을 시작’, △‘안정적 일자리가 제한적이고 인맥 위주의 연결’,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 △‘일대일, 혹은 일대 소수의 도제식 교육이나 업무가 존재’

예술적 행위라는 이름으로 성적 일탈과 탈선의 명분을 정당화하는 예술현장의 환경과 분위기, 권위 있는 교수·작가·감독·강사 등과의 관계가 교육과정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이후 현장으로까지 이어지는 극단적인 종속관계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위계형 성폭력, 사적인 인적 관계망 안에서 이뤄지는 프리랜서 중심의 문화·예술 노동의 성격상 결정권자의 성인지 정도에 따라 노동의 구조가 결정되는 불평등성,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의 영향력과 도제식 교육으로 인해 상급자의 지시 및 명령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 등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엄격한 상하관계,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권력구조에 의해 ‘위계에 의한 성폭력’과 성희롱·성폭력을 일상적이고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와 환경이 형성된다. 여기서 ‘위계’는 직업적 구분을 넘어 개인이나 집단이 “위치한 자리”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위치한 자리”²⁾를 위치하게 만드는 비정상적인 위계구조와 각종 불평등과 범죄의 가능성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


#‘인권’과 ‘문화권’ 관점에서의 ‘문화·예술계 성평등 문화’
 

2018년 ‘미투 운동’은 수많은 보통사람들이 경험한 (위계에 의한)성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쳐 자신들의 존재를 집단적으로 드러냈다.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 또한 문화·예술 및 문화산업계의 성평등 구조의 문제를 확인시켜주면서 문화·예술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위계적 불평등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위계적 불평등 구조에 대한 어긋한 해석으로 인해 이와 같은 문제의식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성별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양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차별과 배제를 바탕으로 한 혐오표현의 심화, 극단적인 성별 대결구도의 형성 등 사회적 불평등을 성별간의 불평등으로 치환하여 (성별)이분법적 사고가 극심해진 것이다. ‘성평등’을 ‘특정성별이 처한 문제’, 혹은 ‘특정성별만이 직면한 문제’ 등과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협소하게 보는 접근일 수 있다. 남성 중심의 사고와 구조를 기반으로 남성과 다른 이들을 타자화하여 차별하고, 차별을 공유할 때 발생하는 집단적인 ‘배제의 공동 행위’와 ‘남성 중심적 권력 문화’를 없애는 방식으로의 해석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성평등’이라는 개념을 생물학적 분리를 넘어 ‘사회적 성’(사회적·문화적 의미의 성)을 인정하는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고려해야하는 지점이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한 ‘인권’과 ‘문화권’의 관점에서 문화·예술계의 성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성평등’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보장받아야하는 ‘인권’과 ‘문화권’임을 분명히 하면서 성평등한 문화·예술계 구축이 우리에게 그리고 사회 전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내 비대칭적인 권력 형태와 이를 바탕으로 한 ‘남성 중심적 구조’의 실태와 문제를 직시하고, 다양성과 인권에 기반 한 포괄적인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개인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시키는 것이 새로운 질서를 위해 권력을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문화·예술계 내 정의롭지 않은 구조를 개혁하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데 있어 바로 여기 존재하는 ‘문화·예술인’과 연대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어서 문화·예술계의 ‘인권’과 ‘문화권’ 보장을 향한 문화·예술인과의 연대의 흐름을 확장하여, 사회 전반에 지배적인 ‘남성 중심적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공동의 움직임과도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1) 문화기본법4(국민의 권리_문화권),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

2) 김태현, 대학 내 위계형 성폭력_대학 미투 운동의 양상과 쟁점을 중심으로, 문화/과학 95<미투정치> p.1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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