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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 넌> 2021 프로젝트 보기/확성기 1차 : LINE과 카르텔, 위계의 되물림

참여자 리뷰 - 윤윤상

2021. 8. 30.

“서열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관해서

글쓴이: 윤윤상

"윤윤상은 시각예술 작가이자

  공공미술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몇 살이에요? 
어리시네요! 
학교는 어디? 
대학원은요?
아~ 그 공연 기획자세요? 
O O 에서 전시하셨죠? 
O O 이 아시죠? 제 후배에요. O O아! 막내인 네가 해야지.

 

실제로 예술계에서 일하면서 겪는 서열문화와 관련된 상황들은 나이, 성별, 출신학교와 학과, 경력, 인맥 등으로 그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가 여러 가지 범주와 입장에 동시에 포함돼 있는 복잡함으로 인해서 토론에 참여한 예술가들 역시 “서열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헛갈려했다.

하지만 예술계의 위계질서가 공인된 이력과 특정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각자가 부여받은 사회적 지위로부터 형성된다고 믿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그런데 사회적 지위라는 것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그것의 권위를 인정하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떠올려본다면 우리 안에 내면화된 권위에 복종하는 태도와 그 이유에 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먼저 아닐까?

토론하는 내내 위계질서로부터 자유로운 관계란 어떤 것인지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 또한 그런 관계를 상상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특정 관계망에 비판을 가하는데 열을 올림으로서 당장 논의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가 은폐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위계질서란 엄연히 존재하고 부정적인 영향은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도처에 널려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사회 시스템과 시스템 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이는 “서열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가 권위라는 통념적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다소 진부한 문화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각자만의 목표를 설정해내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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