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NE:넌 어디서?/같이, 운영기획단

[정혜진] 공간의 빈틈을 채우는 예술 언어

2022. 12. 19.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독립기획자이자 영상작가로 활동하는 정혜진입니다. 규정된 장르 범위 안에서 창작하기보다는 다원예술 안에서 기획을 풀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사실 다원예술 자체를 장르로 볼 수 있는지 여전히 논의가 일어나고 있지만, 다원예술은 전통적인 규범을 탈피한 형식을 포괄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진행했던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외부에서 읽히기로 미술 전시도 아니고 공연 퍼포먼스도 아니라고 하니 결국 담길 수 있는 것이 다원예술이었던 것도 있었고요. 주로 다양한 분야의 분들과 콜렉티브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장르 융합을 지향한 것이라기 보다 작업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의 활동 장르가 다양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벌써 기획을 시작한 지도 올해로 10년 차가 되었네요!
 


2. <NONE:넌> 운영기획단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은 ‘라운드 SAPY’라고 불리는 청년예술청 공동운영단을 먼저 시작했어요. 그즈음 Y사건이 일어났어요.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치부해선 안 되며, 거버넌스에 구조의 반작용으로 보고 주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NONE:넌> 기획운영단을 통해 지금 이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앞으로도 경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처음 공동운영단을 지원했을 때 이렇게 성평등과 탈위계 이슈를 다루게 될 줄은 몰랐어요. 


3. 2022년 플랫폼 성격으로 시도한 <NONE:넌>은 어땠나요?


저도 콜렉티브 활동 경험이 있어 개개인이 모여 협업을 한다는 것이
자연을 거스르듯 어떤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용기를 낸 참여자 여러분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후반부에 갈수록 알게 모르게 힘든 점이 많았을 텐데 단단한 결과물을 보여주었어요. 마치 오랫동안 같이 활동해 온 그룹처럼 옹골찬 프로젝트가 나왔고, 각자 활동한 씬이 다름에도 공동의 주제를 중심으로 연대하고 있음을 감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요. 성평등과 탈위계라는 주제가 지닌 힘을 새삼 확인했어요. 


4. <NONE:넌> 과정에서 갈등이나 어려움이 있었나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굉장히 새롭게 시도하는 형태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거버넌스 경험이 많은 분들과 미리 예단하고 해결하면서 기획해서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다만 어쩔 수 없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이탈하는 소수의 참여자가 있었고, 사유를 알려주셔서 서로 양해하는 선으로 마무리를 지었어요.
사실 이탈은 모든 공동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향후에는 약속문처럼 ‘이탈의 절차’도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수가 이탈할 경우에는 남은 공동체 구성원에게 심리적으로, 업무적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에요. 


5. 성평등/탈위계 문화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 잡혔으면 하나요?
성평등, 탈위계 문화가 보편적인 가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치 노약자 배려, 양보와 줄서기처럼요. 사소하게 보이지만 어려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성평등과 탈위계가 고차원적인 언어에 갇히고 진영의 논리로 소모되지 않도록 공감의 빈틈을 예술적 언어가 보완할 수 있었으면 해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