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NE:넌 어디서?/같이, 운영기획단

[김수희] 인생의 변곡점

2022. 12. 19.

1.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희곡을 쓰고 공연을 만드는 김수희입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후 회사에 다니다 제 길이 아닌 거 같아 방향을 바꾸어 연극을 시작했어요. 극단에서 조연출 활동을 하다 2007년 극단 미인을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만들면서 연극과 연을 맺었어요. 대학에서도 연극반에 들어가 4년 동안 열심히 활동했고, 그러다 보니 턱걸이로 졸업했네요.(웃음)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직장인 연극 동호회에서 계속해서 연극을 했고요. 점점 동호회 비중이 커지면서 업무는 뒷전인 거예요. 내가 뭘 좋아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 두고 연극을 시작하게 됐어요. 

 


2. <NONE:넌> 운영기획단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안건이든 제안할 수 있었고, 합의에 이르기 위해 여러 번 토론을 거치면서 사업을 진행했어요. 안건을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은 후 이를 다시 되짚어 보는 과정을 반복하는 회의 구조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차 적응하니 재밌었어요. 그동안 제가 추구했던 빠르고 합리적인 결정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인생에는 몇 번의 변곡점이 되는 계기가 있어요. 
청년예술청 공동운영단과 <NONE:넌> 운영기획단 활동은 
저 스스로 변화를 가져온 변곡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부터 극단에서 공연을 만들면서 예술창작 환경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게 되었고, 실수했을 때 어떻게 반성하고 사과할 것이며 화해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깨칠 수 있었거든요. 만약 이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논의와 토론, 합의를 시도하기보다 합리적 의사결정 패턴을 고수하고 있었겠죠? (웃음)

 


3. 2022년 플랫폼 성격으로 시도한 <NONE:넌>은 어땠나요?
올해 <NONE:넌>은 개인이 참여하고 논의를 통해 팀을 구성하고 팀에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형식이었어요. 개인이 가진 성평등과 탈위계에 대한 인지의 수준과 견해 차이가 조금씩 있을 수 있어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몇 차례의 소모임에서 참여자들이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니 기우였음을 곧 알 수 있었죠. 

 


4. <NONE:넌> 과정에서 갈등이나 어려움이 있었나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가장 큰 문제라면 제 개인이었던 것 같아요. 연극 연출자, 예술감독 등의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까 수직적 구조에 익숙해졌고, 문득 되돌아보니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거든요. 초반에는 ‘왜 이렇게 회의를 오랫동안 할까?’ 답답한 마음을 가졌던 제가 빌런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거버넌스는 주어진 보기 중에서 최선의 것을 빠르게 선택하기 위해 회의하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통해 모두가 합의한 공동의 안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는 것을 <NONE:넌>을 준비하며 새삼 다시 알게 되었어요.
 


5. 성평등/탈위계 문화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 잡혔으면 하나요?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는 불평등한 현상은 완전하게 없어질 수 없다고 봐요. 하지만 최소한 무엇이 문제인지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에는 당사자가 자책하거나 문제를 함구했다면 지금은 문제 제기와 토론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어요.
그렇지만 아직 우리 문화예술계 환경은 완벽하게 안전하지 않아요. 욕망에 의해 실수가 생기고, 그 실수로 인한 사건 사고는 뒤따라오게 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관해 토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할 수 있는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고 생각해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