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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넌 무엇을?/[아투워크] 예술_노동: 나와 당신의 예술+x= 노동

[황유택] 예술노동으로 탈위계 바라보기

2022. 12. 18.

 


글. 황유택 (문화예술계 내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 사업 기획운영단)

 

이제 ‘예술노동’은 어색한 단어가 아니다. 노동이라는 인식은 공론장이나 여러 지원사업에서 도입되는 ‘아티스트 피(Fee)’, ‘예술인고용보험’ 등의 제도로 예술인 스스로가 자신의 활동을 노동으로 인지하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예술가와 노동자를 각자만의 피상적 언어로 서로가 일관되지 않게 해석하며 이분법적으로 마찰하는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문화예술계의 고질적인 위계 구조로부터 형성되는 문제들은 꽤 복잡다단하지만, 예술인 스스로 예술의 노동을 뭉뚱그리고, 그 뭉개진 경계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예술인 지위의 불분명함과 스스로 정의하지 못하는 예술인의 존엄은 결국, 문화예술제도에서 예술인을 누락시키게 하며 스스로 사회안전망을 형성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로 분명 작동하고 있다. 
 
ARTOWORK팀은 예술이 노동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적인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닌 예술노동이라는 단어에 오롯이 접근하고 예술생태계가 만들어낸 여러 관습과 제도들의 흐름을 집어 가며, 비로소 자발적으로 ‘예술인’이라는 범주로 모인 ARTOWORK는 사회에서 예술인 삶과 노동에 관해 인식 전환을 할 수 있는 대안과 실천을 모색하며 고유한 경험을 만들어 내었다. 먼저 스터디모임을 통해 예술노동의 담론 형성 궤적을 밟아가며, 예술노동의 권리보장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제도와 생태계 서로는 얼마큼 괴리가 존재하는지 살피며 동시에 시민들은 예술(인)을 노동(자)으로 인지하고 있는지 등에 관해 조사과정과 토론을 통해 예술인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질문을 사유할지 고민하였다. 

이들이 진행한 <예술노동 관련 인식조사>에선 ‘예술노동의 단어를 들어본 예술인은 83.3%, ‘본인이 예술노동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예술인은 66.3%, ‘국가가 예술인의 노동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와 ‘예술인이 지원과 복지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둘 다 81%가 넘어가는 답변을 확인하며, 생각보다 예술노동에 있어 예술인의 인지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당한 예술노동 환경에 이의제기해본 적 있는지’에는 과반이 넘는 61.4% 예술인이 ‘아니오’라고 답변하였다.

국가의 책무가 있다는 인식이 높지만 부당한 환경개선을 위해 왜 예술인은 (복지)제도에 관해 이야기를 거의 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여러 지원기관을 접하며 때때로 관료주의들을 목격하고, 경험함에 따라 이 과정들이 스스로 내재화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본다. 

 

예술인이 제도에 접근하는 것은 어떤 관료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노동은 노동의 보편성을 띠면서 창작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예술 노동'은 사회의 창조적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 으로 정의할 수 있기에 기존의 관습이 아닌 판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 『예술@사회』 이동연, 학고재, 2018) 

 

결국, 예술인이 공청(론)의 장에 참석해 발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예술인의 사회적 실천까지 왜 이어지지 못했는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다

ARTOWORK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요한 실험을 하나 진행하였다. 이들은 스스로 활동들을 노동시간으로 하나하나 표로 기록했다. 그리곤 이 프로젝트를 준비, 운영하는 각자의 고유한 활동 시간을 기록한 정량적 표를 모두에게 공개하였다. 이는 예술인이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노동 담론과 현실적 활동 사이의 간극 충돌을 가시화하고 도출되는 이슈들을 발굴하며, 한편으로 예술노동이 안착하기 위해선 단순히 예술인의 인지, 태도만이 아닌 제도 시스템의 책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성을 우리가 스스로 질문하게끔 하였다.

수 개월간 ARTOWORK가 진행해 온 실험과 확장이 * ‘그래도 우리는 예술을 하니까'라는 자기 위안으로 끊임없이 묵인해왔던 생태계에게 이제 그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선언하며, 예술노동이 내적으로는 탈위계의 시작이며, 대외적으론 우리의 존엄과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주춧돌임을 분명히 하였다. ARTOWORK가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 플랫폼 NONE>에서 만들어낸 파동들이 일회성으로 사라지지 않고 역동의 시발점으로 생태계가 지지와 연대로 나아갔으면 한다.  (*참고: ARTOWORK팀 프로젝트 운영계획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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