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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 넌> 2021 프로젝트 보기/확성기 4차 : 예술민원을 예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4차 토론회 현장 스케치

2021. 11. 28.

릴레이 토론회 <확성기 : 확장하는 성평등·탈위계 이야기>


4차 : 예술 민원을 예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기록: 전민정

 

 

2021년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 사업에서 준비한 마지막 토론회 ‘예술 민원을 예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는11월 10일 오후2시부터 4시30분까지 청년예술청 그레이룸에서 열렸다. 2인의 발제와 모둠별 토의로 구성되었으며, 현장 참가자는 그간 민원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예술가와 문화예술기관 종사자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았다. 예술가와 시민, 행정가의 민원에 대한 서로 다른 감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예술 민원을 공동체의 의제로 올려 실질적인 해결법을 모색해보고 대안을 찾아보기 시작하는 자리였다. 발제는 서울문화재단 예술기획팀의 최재훈 팀장과 우희서 시각예술작가가 맡았다. 모둠별 토의에는 사전 신청자들과 재단 직원을 포함해 18명이 참여했다. 6명씩 3개 모둠으로 나뉘어 김유진, 이강호, 진저팝 3명의 청년예술청 운영위원이 이끄는 토론에 참여했다. 전체 토론회 진행을 맡은 진저팝 운영위원은 “재단과 함께하는 행사에서 민원이 들어왔을 때, 항상 예술적으로 모든 것을 펼칠 수 있게 도움을 주던 직원에게서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소리를 낮추세요’ ‘작업을 내리면 어떨까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다. 처음에는 예술가의 입장에서만 민원을 생각했는데 청년예술청에서 재단 직원들과 가까이에서 일하다 보니 민원을 제기하는 분, 민원의 당사자인 예술가 혹은 재단 직원 모두 민원 처리 시스템이 없어서 괴로운 상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서 토론의 주제로 ‘민원’을 다루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토론회 소개)

발제 1. 세금으로 월급 받는 주제 또는 주체로서 민원을 이야기하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최재훈 서울문화재단 예술기획팀 팀장은 재단을 대표하는 발언이 아닌 개인의 입장에서 겪은 민원을 이야기하고 이를 개선해보고자 하는 의지로 참여했음을 강조했다. “민원에 대한 현장 예술가와 재단 행정 직원의 온도가 다른 것 같다. 민원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재단 직원이 나갔을 때 받을 따가운 시선과 원망을 우려해 다들 반대했다. 구체적인 민원 사례는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저도 변명이나 사과를 하러 나온 자리가 아니다.”

 

그는 ‘시민(주민)이 해결 기관에 대해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정의와 달리 재단이 겪는 것은 ‘백성의 원망(民怨)’이라고 했다. 주로 전화, 이메일, 게시판, 내용 증명 같은 우편물, 개인 SNS를 통해 민원이 들어오는데, 애초에 궁금증 해결을 위한 민원이라기 보다는 비난, 화풀이가 의도인 경우가 많다. 익명의 예술가로부터 제일 많이 들은 얘기를 제목으로 정했다는 그는 “월급 받은 돈의 가치를 실행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세금이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에 지원금도 깐깐하게 다룬다. 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정산을 요구하고 증빙을 받는 것은 집행 기관의 의무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지원금을 받아서 잘 운영하고 있지만 관리하는 입장에서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은 경우를 목격한다. 지원금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해 신청 자격이 없는 경우를 통틀어 기관에서 만든 블랙리스트라고 하는 걸 봤다. 심한 욕설을 자제해달라고 해도 욕설을 받는 것이 당연한 자리라는 말을 들으면 충격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분위기를 바꿔 한 사람의 시민이자 국민으로 민원을 제기했던 경험을 얘기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책임자를 찾으니 빠르게 해결되었다는 ‘썩은 고구마 배송건’과 지방 출장길에 국내 비행기가 연착되어 중요한 일이 있다고 큰소리쳤더니 바로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는 ‘비행기 연착건’이었다. 민원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책으로 콜센터 상담 직원의 고충을 담은 <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게 억지스러운>과 익명의 민원인 이야기를 들어주는 콜센터 상담원이 나오는 독립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추천하기도 했다.

발제를 제안받고 ‘예술 민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위계, 성폭력, 임금체불사건 등은 예술계에서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사안이라 민원으로 분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언급된 재단의 민원 사례는 그간 한번도 공유된 적 없는 내용이었다 ‘한밤중의 이메일’, ‘내용증명’, ‘그분의 전화’, ‘도와주고 싶은 억울함’, ‘아니면 말고’, ‘보상해줘’, ‘언어유희’ 7가지로 재단에 들어오는 민원을 정리해 소개했다. 민원인들이 궁금해할 질문으로는 ‘왜 정확하게 빨리 답을 안 해주느냐’, ‘왜 문제제기를 했는데 개선이 안 되었느냐’, ‘왜 정당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이 없느냐’ 3가지를 꼽았다. 예를 들어 성폭력 문제를 시정해달라고 하면 재단 입장에서는 법적인 문제가 동반되기 때문에 민원으로 처리할 수 없고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제의 마지막에 처음 언급한 사례를 다시 꺼냈다. “고구마 사건을 담당했던 직원은 화를 내지 않았어도 팀장과 상의해서 일을 해결했을 것이고, 항공권을 바꿔준 이유는 큰소리를 내서가 아니라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해서였다.” 그러면서 ‘무조건 사과하고 맞서거나 화를 내지 않고 요구를 다 들어주라’는 것이 과거의 매뉴얼이었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 민원을 넘어 행정에 대한 개선 사항을 정리하려면 예술이 아닌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야 한다. 예술계 혹은 예술 행정에 대한 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억지를 쓰거나 화를 내며 사과를 하라고 할 때,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결심을 밝히며 발제를 마쳤다. 

 

*아래 토론회 홍보영상과 발제문(2인-우희서, 최재훈)

 

토론회 홍보 영상

발제문(우희서).pdf
0.26MB
발제문(최재훈).pdf
0.55MB

 

발제 2. 민원 처리 중 : 예술에 대한 민원과 예술적 처리 방식에 대하여 

 

두 번째 발제자인 우희서 작가는 작년 11월 경험한 민원 사례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면서, 작년에 받은 민원이 진정한 의미로 해결되지 않아서 제목을 ‘민원 처리 중’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작가는2020년 8월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야외 배너에 작업을 노출시켜보자는 의미에서 ‘화이트 배너(White banner)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햇빛에 그을려 진해지는, 바람 속에 펄럭이는’을 부제로 예술가들이400 x 90cm의 현수막으로 만든 작품을 서울문화재단 예술청 리모델링 공사 현장 가림막에 거는 내용이었다. 2020년 8월부터 12일마다 다른 작가의 작품이 걸렸는데, 11월에 걸린 지드 작가의 ‘한국의 위대한 예술가들 VOL.라는 작품은 민원이 들어와 2시간 만에 철거 되었다. 성범죄를 일으킨 오태석, 고은, 이윤택  3인의 캐리커처를 그리고 뒤에 ‘죽을 사(死)’를 쓴 작품이었다. 우 작가는 앞에 쓴 ‘위대한 예술가’라는 텍스트 때문이라고 짐작할 뿐 민원의 정확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문제가 되어 처리되었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기 때문에, 철거 과정에서 민원인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예술을 설득할 시간과 기회가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검열, 젠더 이슈로 볼 수 있지만 작가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앞으로도 예술을 할 건데 예술을 설득할 시간과 기회와 자원이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질문을 남긴 사건이었다. 사업 규모와 관련 기관이 크고 민감한 사안일수록 일이 더 빨리 처리된다는 것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고 한순간에 없었던 일로 만들기가 쉬워진다. 작품 없이 텅 빈 상태로 10일 동안 전시가 계속되었고 작가는 ‘민원보다 위대한 예술은 없다는 새로운 작품을 보내주었지만 다시 걸 수 없었다.” 우 작가는 마지막으로 “1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야 작년의 일이 존재를 증명받았다. 오늘 토론과 대화를 통해 작품이 쓰레기통이 아닌 다른 기회와 아이디어로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술가도 예술을 내보내는 것이 끝이 아닌 설득의 의지와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작년에 받은 민원은 오늘 진정한 의미로 처리가 되었다”는 발언으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쉬는 시간 후에는 모둠별 토론이 진행되었다. 토론의 주제는 ‘예술가도 담당자도 다치지 않는 민원 처리 과정, 민원 처리 방법은 어떤 것일까’였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 사전에 배포된 약속문을 읽고 의견을 나눈 후, 민원과 관련된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고, 예술 민원이 예술적으로 해결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발제자2명을 포함해 재단 인사팀, 예술기획팀과 청년예술청 직원들도 토론에 참여해 개인 입장에서의 경험과 고민을 전했다. 약속문 내용을 공유하며  ‘민원을 접수하거나 처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을 먼저 확인하고,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존중하기로 다짐했다.

 

예술 민원 해결을 위한 예술적인 아이디어

 

진저팝 운영위원의 모둠에는 재단 직원 2명, 설치미술작가, 공예작가, 소설가, 회화작가가 참여했다. 먼저 ‘민원 상황에서는 직원들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예술가도 민원을 넣을 때나 받을 때 무력해지는 상황이다’, ‘예술 민원은 공공예술 쪽에서 많이 들어오는데, 두 발제 간 연관성이 없어 보여서 아쉬웠다’, ‘두 발제의 공통점은 민원인의 익명성이다. 과연 공개적으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인가. 문제 제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감이 오고 갔다. 화이트 배너 사건에 대해서는 작가 당사자라 가정하고 의견을 들어보았다. 참가자들은 ‘예술이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데, 민원 하나에 바로 내려야 한다면, 모든 작품을 다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원을 권력으로 착각하는 악성 민원도 있는데, 민원이라고 무조건 들어주어야 하는 건 아니다’, ‘직원이 예술가에게 애원해서 내려주는 방식은 그만 돼야 한다’, ‘예술가에게도 발언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다양한 입장을 밝혔다. 민원을 예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시스템과 기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현재는 민원이 데이터화되거나 아카이빙될 수 없는 구조이니, 직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프로세스가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언론중재위원회의 민원 처리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민원을 넣는 예술가가 욕설을 할 경우 상담 내역을 기록해두어 방패막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자’, ‘합의점을 찾기 힘들었던 사례를 정리해 책으로 내면 좋겠다’, ‘민원을 자연재해처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상의하는 절차와 약속을 만들어나가자’는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었다. 진저팝 운영위원은 “결론적으로 행정하는 사람과 예술하는 사람이 서로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면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민원 이야기는 결국 예술 종사자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와도 관련 있으니 깊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되면 좋겠다는 말로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이강호 운영위원의 모둠은 변호사 겸 예술가, 뮤지션, 민원을 받은 작가, 재단 직원, 시인, 발제자 최재훈 팀장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먼저 내년 9월 시행될 ‘예술인 권리보장법 3조(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조항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자는 제안이 나왔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통해 예술인의 창작 활동이 민원으로 인해 갑자기 중단되는 상황을 막고, 민원 발생시 예술가 보호를 우선시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 담당자들도 이를 매뉴얼로 민원인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원사업 관련 민원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도 진행되었다. 재단 직원은 ‘심사 기준에 다 맞췄고 뛰어난 작품인데 무슨 기준으로 뽑지 않았냐’는 민원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전했고, ‘세금을 쓰는 지원사업의 목적과 방향에 작품을 맞추는 것도 예술가의 능력 중 하나이다’, ‘평가 시스템이 권위적이고, 떨어진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어떤 점이 부족한지 지원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예술가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이에 재단 직원은 ‘지원사업 심의 기준은 모두 미리 설명하고 있다. 심사 점수도 요청하면 알려준다’고 부연했다. 예술가 스스로 이야기하고 해결하며 갑론을박이 일어날 수 있는 ‘예술가 민원 거버넌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예술 민원에 대해서도 기호의 문제인지 불평불만인지 서로 판단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이외에도 ‘기관에서 작품의 취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예술가를 보호할 수 있다’, ‘재단에 민원 처리 기준이 명확하게 있어야 하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등과 같은 얘기가 나왔다. 이강호 운영위원은 토론 내용 공유 시간에 “재단 직원과 현장 예술인간의 정보 불균형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저는 청년예술청 거버넌스 활동을 통해 직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동반자라는 개념이 생겼다. 거버넌스에 더 많은 예술가들이 유입되어 인식이 개선되었으면 한다”는 경험을 전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소음 민원 이야기가 나왔는데, ‘예술적 표현이 우선인가, 생활권이 우선인가’라고 했을 때 어려운 문제지만,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책을 잘 세워서 간극을 좁혀 나가자는 이야기가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배민신(재즈민) 참가자는 “민원 상황이 주로 지인들 사이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룰이 정해져 있어도 매뉴얼 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김유진 운영위원이 진행한 모둠에는 재단 직원 3명, 연출가 겸 배우, 기획자, 발제자 우희서 작가까지 6명이 참여했다. 첫 번째 발제에 대해서는 ‘민원을 제기하는 예술가도 세금으로 창작 활동하는 것 아닌가’, ‘세금을 언급하는 것은 시민 의식보다 내가 돈을 주었으니 감수해야 한다는 소비자 의식에서의 접근이다. 소비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지원사업은 경연이 아니라 예술 현장의 파트너십을 만드는 과정이다’, ‘지원사업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예술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재단 직원은 “마감 날은 하루 종일 전화만 받는다. 민원을 넣은 분에게서 전화 받는 분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을 들으면 상처를 받는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시험하는 질문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서로를 사람이 아닌 전화번호와 접수번호로만 인식하게 된다”는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화이트 배너 사건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한 참가자는 ‘기관이 구성원을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성원이 작가와 작품을 보호하지 못했던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우희서 작가는 민원을 받은 직원이 격렬한 항의에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작가는 버틸 수도 있었지만 그냥 내리기로 했던 과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예술청 운영회의에도 안건으로 올렸으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고 없었던 일처럼 지나갔다. 건강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는 논의 자리가 필요하다.” 이에 한 참가자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예를 들었다. “프린지에서는 민원이 예상되는 작품에 대해서는 미리 소규모 공론장을 기획한다. 이는 절차적 합리성을 마련하거나 기획한 사람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기능을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외에 ‘부당한 처우를 한 사람이 계속 심사위원을 해서 주변의 의견을 모아 민원을 넣었지만 변하지 않았다’는 사례와, ‘문제가 있는 심사위원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민원이 들어와서 재심의를 했다’는 상반된 사례도 공유되었다. 김유진 운영위원은 전체 공유 시간에 “기관 종사자 입장에서는 민원 자체가 공격 행위이기 때문에 문제이고, 예술가 입장에서는 민원 이후의 처리 절차에 관심이 더 많다. 상대방이 모멸감을 느끼는 표현에 대해서는 서로 잘 모를 수도 있다. 예술가들은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을 싫어하지만 기관 입장에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이다. 오해를 일으키는 표현과 단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위계, 성폭력, 검열 같은 심각한 문제는 민원이 아닌 정책으로 가야 해결될 것이고, 민원을 아예 높은 사람부터 받게 하면 해결이 잘 될 것이라는 ‘헛소리’ 아이디어를 전하며 마무리 했다.

마지막으로 발제자 2명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최재훈 발제자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부담감이 컸지만 사실 처음으로 이 얘기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오늘의 시작이 오해가 아니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우희서 발제자는 “작년의 일을 1년이 지난 오늘 얘기할 수 있어서 뜻 깊었다. 사실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지만 오늘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다른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진저팝 진행자는 처음 기획할 때의 걱정이 기우였을 만큼 좋은 의견이 많이 나왔다면서 “민원이라는 것이 누구도 외롭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민원인도 담당자도 예술가도 외롭지 않은 상황을 만들면서,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지지받거나 지지받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예술 민원에 집중할 수 있고 예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을 계기로 예술 민원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펼쳐지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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