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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 넌> 2021 프로젝트 보기/확성기 2차 : 화장실 빅뱅 : 공공공간의 성평등과 다양성

2차 토론회 현장 스케치

2021. 10. 27.

릴레이 토론회 <확성기 : 확장하는 성평등·탈위계 이야기>


2차 : 화장실 빅뱅 : 공공공간의 성평등과 다양성  

 

기록: 전민정

 

 

‘화장실로부터 출발하는 다양하고 안전한 문화예술 공공공간’을 주제로 한 <화장실 빅뱅 : 공공공간의 성평등과 다양성> 토론회는 2021년 9월 27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청년예술청 그레이룸에서 열렸으며 유튜브 서울문화재단 채널인 스팍TV를 통해 생중계되었다.(동영상 보기) 토론회는 젠더를 포함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고민해왔던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나영정, 성중립 화장실 도입을 검토 중인 서교예술실험센터의 9기 공동운영단 김나현, 3명의 발제와 청년예술청 거버넌스 운영단 김유진, 황유택의 토론으로 구성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었으며, 약 50명이 실시간으로 접속해 시청했다. 운영단의 이강호 사회자는 화장실로부터 시작하는 공공 문화예술 공간의 차별과 배제의 요소를 생각해보면서 앞으로 공공공간 나아가서 우리가 머무는 모든 공간이 포용해야 할 다양성에 대해서 심도 있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는 토론회 취지를 전했다. (토론회 소개)

 

 

발제1. 모두의 화장실 운동은 무엇인가 |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발제 자료)

 

사람은 여러 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갖고 살아간다. ‘교차하는 권력’에 의해 차별할 수 있는 특권 그룹이나 차별받을 수도 있는 억압 그룹에 속하기도 한다. 다양성에서 말하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은 인정과 분배이다. 정체성마다 교차하는 권력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실천할 지가 중요하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캠페인을 하는 이유는 화장실의 모습이 사회와 닮았기 때문이다. 사적이면서 공적인 공간이라 누군가를 배제하고 분리하는 일이 계속 일어난다. 가시성은 인권의 척도이며, 이 사회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잘 보여준다. 장애인은 없어서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분리되고 배제되어 갇혀 살고, 성소수자도 주변엔 없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이고 처벌적인 문화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등록 장애인은 250만 명이지만 이동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장애인 화장실은 창고나 쓰레기통인 경우가 많다. 내가 정상성을 획득하는 동안 누군가는 비정상으로 규정되어 차별·억압·폭력을 경험한다.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에서 건물의 흑인 여성 화장실 구분을 바꾼 것은 백인 남성이다. 흑인들이 저항하던 시기에 함께 목소리를 내주고 행동에 옮긴 백인들이 있었다. 우리는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서서 함께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성 화장실도 처음부터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박순천 전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5번 하는 동안 국회에 여성 화장실이 없었다. 여성, 장애인, 성별 구분 없는 모두가 포함된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모두가 포함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안전과 청결 문제는 같이 해결하고 교육되어야 할 부분이다. 여전히 여성 화장실이 없는 공간과 현장이 있다. 얼마 전 여성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가 많았던 공공운수노조에서 노조 건물을 옮기면서 7층 건물 중 3개 층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성별 구분 없는 중립 화장실 논의가 포함된 이유는 성별 구분이 불편한 사람들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공공 건물 1층 화장실의 2개 칸을 모두가 사용하는 화장실로 만든다. 사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위층으로 가면 된다. 누구나 혼자 들어가서 쓰는 복도식 독립형 화장실을 설치할 수도 있다. 남녀 화장실은 두고 가족 화장실, 다목적 화장실을 따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다양한 화장실 구조와 설계도면은 한국다양성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영국에서는 체인징 플레이스(Changing Place)라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 캠페인을 한다. 체인지 플레이스 인증을 받으면 지도 앱에 뜨기 때문에 이동 중에 들를 수 있는 화장실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이동형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있으면 장애인과 성소수자들이 참여하는 행사 현장에 설치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만들면 성폭력이나 디지털성범죄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이 여성에게 안전하다면 화장실만 안전하지 않을 리 없다. 이 사회에서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교육과 제도를 정비해가면서 모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만들면서 여성의 안전 문제는 함께 해결해야 한다. 트랜스젠더가 성폭력을 가할 것이라는 생각도 현실과 상황을 몰라서 나오는 가짜 뉴스이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영유아, 나이 많은 부모님, 장애인과 장애인 활동지원사, 장애인 혼자, 성별 구분이 불편한 사람, 모두가 편하고 안전하고 존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화장실을 변화시켜나갈수록 우리 사회가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것은 공공 기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발제2. 공중화장실을 둘러싼 소수자들의 투쟁 |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발제 자료)

 

도시 공간에서 어떤 사람이 출현하고 이동할 수 있고 이동에 필요한 인프라가 어떤 논리로 제공되고 제공되지 않는지의 맥락에서 공중화장실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화장실은 신변 처리만이 아닌 다양한 기능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휴식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기도 한다. 청소노동자들에게 허락된 공간은 대부분 장애인 화장실이다. 장애여성공감에서 공공공간의 화장실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지 모니터링하면서, 화장실은 왜 부족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 화장실이 진화하는 방식으로 가족 화장실이 등장한 것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화장실 투쟁의 한편으로 아름다운 화장실 예산이 확보되는 것을 보며 화장실을 둘러싼 규범과 억압은 더 견고해질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공중화장실은 결국 누구와 함께 살 수 있고 밥을 먹을 수 있고 화장실을 공유하고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연결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배설물·땀·눈물·침·체액 같은 것은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섞이면 안 된다는 감각이 있어서 화장실도 위생이 관리되고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혐오와 위생 관념은 그것이 누구에게서 왔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유색인과 장애인은 더러울 것 같다는 감각이 위생과 연결된다. 화장실 위생은 누가 어떻게 무엇을 관리할 것인지를 질문하면서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연결되는 권리는 도시에 출현하고 이동하고 관계 맺을 권리이다. 이동하지 않는다면 공중화장실을 요구할 일도 없다. 도시에 출현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들이 도시에 존재한다는 것이 은폐되고 관계 맺을 필요가 없어진다. 장애인은 여전히 이동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트렌스젠더가 안전하게 도시를 이동하고 있는지, 동등한 시민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관계 맺고 있는지도 이야기되어야 한다. 그래야 화장실에서 만나도 놀라지 않고 하나씩 나눠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감각이 생긴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반폭력 운동과 연결될 수 있다. 도시 속에서 타자화되고, 혐오, 차별, 성적 낙인을 받는 사람들은 공중화장실이나 도시에 출현할 권리를 박탈당해왔다. 장애인들의 장애인 화장실, 트렌스젠더나 젠더비순응자들의 성중립 화장실 요구는 도시의 정상 신체 중심성, 이성애 시스젠더(Cisgender) 중심성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여성의 안전이 되었다. 안전 문제를 위해 불가피하게 성별 중립 화장실 운동은 잠시 침묵해야 하는 방식으로 조율되면 안 된다. 우리는 더 많이 만나고 이동하고 서로를 오염시키고 변화를 통해 권리로서 화장실과 도시 인프라를 모두를 위한 것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어떤 정체성에게 어떤 공간을 허락할지의 문제로 축소되지 않고, 공적 공간에 대한 결정권을 어떻게 많은 사람과 나눌지에 관한 논의로 연결되어야 한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안전과 사생활을 보장받으면서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다. 구조와 접근 대상을 바꾸는 변화에는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감각과 권리를 획득하는 데 필요한 시행착오를 복구할 수 있는 비용까지 공공이 마련하고 그 시간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제공해야 한다.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확신을 갖고 해나가는 것,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충분한 자원과 시간을 제공하는 것까지 화장실 논의에서 함께 이야기되면 좋겠다.

 


 

발제3. 모두의 서교 2021의 사례 | 김나현 서교예술실험센터 9기 공동운영단 (발제 자료)

 

2009년 개관한 서교예술실험센터(이하 서교)는 2013년부터 민관 거버넌스인 공동운영단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서교를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외관, 내부, 공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화장실에 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화장실은 왜 감춰야 하는 공간이 된 것일까. 공동운영단 8기는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모두의 서교 2021’을 위한 설계를 진행하면서 장기적으로 진행할 주제에 모두의 화장실을 포함시켰다. 2021년에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내·외부 워크숍을 진행했고, 10월에는 방문객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모두의 화장실을 설계할 때 ‘모두가, 어디서든, 언제든,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전제로 했다. 공적 공간에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려 할 때 반박하는 사람 중, 첫 번째는 모두의 화장실은 무조건 싫다는 전형적인 혐오를 행하는 경우이다. 모두의 화장실, 성중립 화장실이라는 이름을 괴로워한다. 두 번째로는 모두가 화장실을 쓸 수 있어야 하지만 내 주변에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을 하는 분이다. ‘여기에 그런 화장실이 있는 게 적절한가’라는 식으로 돌려 말한다. 마지막은 이름만 모두의 화장실인 경우다. 만들어 놓았지만 모두가 사용할 수 없거나 숨겨 놓았다. 이런 반박을 외면하거나 다시 반박할 용기가 없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해결방안 중 첫 번째는 주입식 교육이다. 그냥 외우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반대하는 사람보다 무관심한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화장실 빅뱅’ 같은 행사가 자주 마련되어야 한다. 경직된 공적 공간에 새로운 의견과 시선을 불어넣어주는 민간 거버넌스의 역할과 현장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실천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반대 의견을 들어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타협 과정이 없다면, 행정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바꿔나가기 힘들다. 무관심보다는 반박을 해주는 게 낫고, 이 문제에 관심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헤쳐나가야 서교가 접근성이 높고 모두가 안전한 공간으로 자리 잡힐 것이다.

 

 

두려움과 낯섦, 실천으로 보여주며 사라지게 해야

 

2부 토론은 토론자들의 질문, 사전 설문조사에서 취합된 질문, 유튜브에 실시간으로 달린 댓글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운영단의 김유진 토론자는 용산역에서 가족 화장실을 관찰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가족이 없는 성소수자나 가족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도 있는데 ‘가족 화장실’이라 이름 붙이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어 모두의 화장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산적인 반대 의견만 내는 것이 아니라 막무가내인 경우도 많을 텐데, 주로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집단적인 행동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활동하면서 생긴 노하우를 공유해달라고 전했다. 이에 김재학 소장은 가족 화장실은 저출산 시대에 필요하다고 하면 거부감이 없어지고 설치도 용이하지만, 가족은 모두를 포함하는 이름이 아닌 보수적이고 정상성에 기반한 이름이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성별 이분법이 당연하고 익숙해서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계속 메시지를 내고 교육하고 설득해서 변화시킬 수 있다. 예산과 효율성을 얘기하는 분도 있는데, 돈 때문에 화장실을 사용 못해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걸 용인해야 하는가”라면서 효율성과 속도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공간과 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사고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나영정 활동가는 장애 여성이 장애인 화장실의 남녀 분리를 요구했을 당시에도 예산 낭비라는 말이 있었다면서 “반대하는 논리는 그 사람들을 안 보고 싶다는 얘기다. 같이 일하고 밥 먹는 사람은 화장실을 같이 쓸 수밖에 없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설치되면 이 사회가 망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반대하는 사람들과는 화장실을 설치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함께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 시간을 견디는 힘이 사회의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황유택 토론자는 김지학 소장에게는 기존의 성이분법적으로 만들어진 건물은 모두의 화장실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나영정 활동가에게는 화장실 외에 우리가 감각하지 못했던 공간이 있는지, 김나현 운영단에게는 모두의 화장실이 지속 가능한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거버넌스나 운영진이 만들어야 할 체계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지학 소장은 “기존 건축물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은 1층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만들고 2층부터는 남녀 구분 화장실을 유지하거나, 기존 건축물에 있는 변기나 몇몇 시설물만 손보는 식으로 하면 크게 돈을 들이지 않고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단체, 조직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논의를 확장시키고 교육 기회를 만들면서 구성원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면 거버넌스나 대표가 바뀌어도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가 있다”고 부연했다. 나영정 활동가도 도시에는 성별뿐만 아니라 계급, 나이, 장애로 인해 배제되는 공간이 많은데, 모든 공간을 한번에 바꿀 수 없어도 공간을 책임지는 사람의 의지가 있으면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현 운영단은 거버넌스로 운영되는 공공 공간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현장에서 지적하고 계속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거버넌스 체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고 그 안에서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방안부터 적용, 근본적인 문제 해결 병행해야

 

토론회 참여 신청 과정과 토론회 진행 중에도 많은 질문이 들어왔다. ‘모두의 화장실 도입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나영정 활동가는 “인권의 기반은 ‘인간은 존엄하다’이고,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존엄하다는 것도 사회적 합의이다. 정치인들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방패막 삼아왔다. 인권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제1의 책임은 국가와 대통령에게 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얼마나 예산과 시간을 투여하는지가 평가와 요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나현 발제자는 공감과 사회적 합의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동의하는 사람이 반드시 트렌스젠더나 논바이너리, 장애인, 소수자라 칭해지는 사람에게 공감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 합의를 하더라도 끝까지 공감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는 정말 누군가 죽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생명선을 위해 필요하다.”

 

다음으로 국내외 현황과 현실적인 도입 방안에 대한 질문에 나지학 소장은 장애·나이·성별 구분 개념까지 포괄한 일본의 배리어 프리와 미국 내 대학교 1층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 사례를 들었다. 국내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알려지지 않아서가 아니라면서, 의사 결정권자들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하는 주체인 정치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를 법으로 정하면 가장 좋지만 조례로 만들 수도 있다. 조례도 힘들다면 예술계, 대학교, 공동체 등에서 먼저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해줘야 한다. 국가·청와대·국회의사당·시청·공공기관에서부터 먼저 설치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서 현재 공중화장실은 법에 의거해 남녀 화장실의 변기와 세면대 개수 등을 정하는데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어디에 포함되는지를 궁금해하자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별도로 만든다고 하면 비용과 면적 얘기가 나온다. 모든 화장실을 모두를 위한 화장실로 만들거나, 장애인 화장실을 모두를 위한 화장실로 활용 범위를 바꾸면서 모두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

 

토론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모두의 화장실 설치시 범죄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의견이었다. 김지학 소장은 성별 분리 화장실이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원인이 화장실인 것처럼 말한다. 실제로는 이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의 문제이고, 사회 토양 자체를 뒤집어야 하는 문제이다. 화장실 분리만 하면 여성이 안전해지고 페미사이드(femicide)가 없어질 것처럼 얘기하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여성의 몸, 디지털 성범죄물이 돈이 되지 않고 정확히 처벌당하는 사회, 성평등 교육까지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화장실의 설치 위치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화장실이 위험하다면 화장실을 어떻게 끄집어낼지를 생각해야 한다. 가장 끝의 어두운 곳, 자투리 공간에 화장실을 만들어서 그런 건 아닌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1층 널찍한 공간에 있다면 범죄가 일어날 수 있을까.” 이에 김나현 운영단은 근본적인 변화와 함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조처가 필요하고, 여성들에게 우범 지역의 화장실 분리가 정답은 아니지만 하나의 안전벨트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나영정 활동가는 당장 필요한 조처라고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는 방식은 진정한 대책이 되기 어렵다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거나 여성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이 아닌 관리 대책이기 때문에 분리하는 순간 건물주는 책임이 없어지고 개인의 책임이 되어버리는 문제를 우려했다.

 

이강호 사회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공간이 갖고 있는 차별과 배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단순히 배출하는 공간이 아닌 화장실을 간다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면서, 누구에게는 당연하지만 누구에게는 차별과 혐오, 생존 위협으로도 존재하는 화장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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