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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넌 무엇을?/[탈위계] 위계. 대다, 괜하다

[이강호] 이전과 같은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2022. 12. 18.

 

<표현으로 연대하기> 프로그램 중

글. 이강호 (문화예술계 내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 사업 기획운영단)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 플랫폼 NONE>에서 탈위계 그룹은 우리의 일상과 창작 환경에서 발생하는 위계 폭력을 마주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통한 연대를 하고자 하였다. 탈위계 그룹은 워크숍 설계 과정에서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기반으로 프로그래밍하는 순간들을 지나왔다. 그 과정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마주해야 할 때도,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하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탈위계 그룹은 이것들을 마주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
외면하기만 한다면 또다시 폭력은 반복될 것을 알기에. 

나 또한 이들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의 과거 경험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괴로웠던 명백한 폭력의 순간부터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폭력과 비폭력 사이에서 가늠할 수 없는 불편한 이야기들을 떠올린다. 우리 사회는 불편한 이야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한다. 불편한 상황을 웃음으로 무마하거나 자신만의 문제로 치부하여 넘겨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탈위계 그룹의 이야기는 그래서 소중하다. 폭력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들의 기억 속에 있는 수많은 순간을 지금, 이곳으로 소환하여 다시는 마주하지 않기 위한 실험들인 셈이다.

 

<우리 같이 불편해 보아요> 프로그램 중



탈위계 그룹은 8시간 동안 워크숍 참여자들과 함께 연대하고, 불편해하고, 마을을 쓰고, 공존하며 듣고, 말해보고, 하루를 돌아보며 개개인의 경험을 나누었다. 이제 탈위계 그룹은 워크숍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가슴에 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탈위계 그룹과 워크숍 참여자분들 중에 누군가의 말을 들을 수 있으며, 나의 말을 할 수 있고, 폭력에 묵과하지 않을 용기가 조금이라도 생겨났다면 이제 그 일상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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