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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넌 왜?/조직 내 위계를 고민하는 [에르네스또]

조직 내 위계를 고민하는 [에르네스또]

2022. 10. 7.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문화기획자 에르네스또입니다. 신수연이라는 저의 본명이 있지만 게바라의 본명인 에르네스또 게바라에서 따온 이름을 <NONE:>에서 뿐만 아니라, 저의 활동명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문화낫(NOT)공장이라는 단체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수평적인 탈위계를 고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썼고 대학에서도 문학을 전공했어요. 다른 예술장르와 다른 특이점은, 문학은 언어를 다루는 예술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다루는 언어는 한국어이고, 한국어는 세계적으로 한반도에서만 사용되죠. 이런 한계로 활동 영역이 국내로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문단이라는 비정형화 집단이 만들어졌고, 그들이 만든등단이라는 시험 같은 제도를 통해 문학계에 편입해야 해요. 이미 일정한 자격, 다시 말하면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주는 점수가 등단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일종의 심의 권력에 의해 문학을 하는 예술인이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좌우되는 거죠.

 

그런데 문제가 비단 등단으로만 끝나지 않아요, 등단 이전부터 예중, 예고, 대학교에 가기 위한 실기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쓰는 글들은 결국 심사위원, 채점자를 위한 글이고, 심의위원과 채점자들은 문단의 상위 1% 독차지하고 있어요. , 우리나라 문학계는 상위 1% 원하는 글을 쓰고 있는 거죠. 이런 기득권 구조를 깨닫고, ‘나는 누구를 위한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 ‘ 글이 정말 나의 글일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위계에 맞서기에 지금은 비록 작은 개인이지만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문화 기획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어요.

 

<NONE:> 사업 공고를 어떻게 접하셨어요?

다른 문화재단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분이 사업이 떴다고 소개해줬어요. 지역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며 문화재단에서 발생하는 위계폭력에 관해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NONE: >에서라면 내가 느낀 문제의식을 이야기하면서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할 기회가 것으로 생각하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소개해주신 분도 문화재단에서 발생하는 위계를 감각하고 같이 참여하려 했는데, 사업 진행 시간이 직장이 있는 분들은 참여가 어렵잖아요. 어쩔 없이 혼자 참여하게 되었어요.

 

<NONE:> 이라는 성평등/탈위계와 같은 안전망 관련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자신의 문제의식이 있으셨나요?

지역 문화재단에서 1 정도 근무했어요. 처음 입사했을 드디어 예술인들과 소통하며 지역문화를 위해 이바지하는, 문화판을 핵심적으로 이끄는 집단을 경험할 있다는 생각에 설레었고, 조직문화에 대한 기대도 컸어요.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이곳도 한낱 직장일 뿐이란 깨닫는 달도 걸리지 않았어요. 사무실에 남성이 저뿐이었는데, 육체적 힘이 필요한 일은 당연하게 저를 불렀어요. 물리적인 힘을 보태는 것은 얼마든지 괜찮지만, ‘이런 남자가 잘하잖아.’ 혹은힘쓰는 남자가 해야지.’ 라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불편했어요.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언어적 위계였어요. 부서 업무용 단체 메신저에 상급자가 업무 관련 공지를 올려 제가 확인했습니다.’라고 회신했는데, 그분이확인이라는 단어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사용하는 단어이며 제가 잘못된 단어를 선택했다며 노골적으로 지적했어요. 이전에도 언어적 위계가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상급자의 업무능력이 뛰어났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감내했는데 그때만큼은 참기가 어려웠어요. 당사자에게 페이지 분량의 문서로 정리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분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저의 언어와 자신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알겠고, 본인은 마찰을 일으키고자 했던 의도가 아니었으며 직급 차이가 있으므로 상호 분쟁은 성립이 없다고만 회신했어요. 이것은 단지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나이라는 사회적 위계의 문제일까 혹은 문화재단이라는 조직이 그녀를 괴물로 만든 걸까 여러 고민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위의 문제가 어떤 고민 또는 실천 의지를 낳게 되었나요?
퇴사 이후 시작한 문화낫(NOT)공장을 시작하게 것도 고민이 영향을 주었어요. 문화를 마치 공장에서 만들어 내듯이 찍어내지 않고, 진짜 문화가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나갈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었어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싶었죠.

특히 업무에서 상호 협의를 통해 결정 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내가 우위에 있는 관계라면 누군가에게 폭력적인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항상 조심하는 일종의자기검열 하고는 있는데,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주기적으로 동료들에게 언행이나 의사 표현이 불편하거나 선을 넘게 된다면 이야기해달라는 말을 하고 있어요. 무의식중에 제가 상대를 불편함을 수가 있으니까요. 만약 어떤 자리에서 누군가 불편을 표시한다면 서로 합의점을 찾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고, 서로가만족 아니더라도이해 되기 위해 각자 상황을 설명하는 시간을 아끼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일이 생겼을 때는 사람과의 주관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사건을 보지 않고, 사건 자체를 별개로 보는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요.

 

<NONE:> 플랫폼이 되어 개개인이 모여 커뮤니티로 만나고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형식이에요. 약간은 낯선 흐름이 어떠세요?

저는 재밌어요! 원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다른 사람과 만나 함께 작업을 하니 부딪히는 부분도 당연히 있지만, 생각의다름이지틀림 아니라고 생각해요. 같은 키워드 안에서도 다른 생각을 나눌 있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분담을 통해 각자 맡은 자기 역할을 잘해 나가며 진행하고 있어요. 기획자로 활동하다 보니 스스로 주도하고 싶은 마음도 내심 있지만, 사업에서는 1/N 되어 몫을 해내는 고민과 실천을 해보는 중이에요. 경험이 분명 좋은 공부가 되고 있고요.

 

겉으로는 평등과 협력, 예술인과의 소통을 표방하지만
정작 안에서는 이것이 잘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된 자기 변화와 실천 

 

성평등/탈위계라는 단어가 조금 딱딱한 단어임에는 틀림이 없어요. 혹시 다른 단어를 고민해 있으시거나, 평소 자주 사용하시는 관련한 단어가 있나요? 또는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단어들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성평등보다는 성중립이라는 말을 선호해요. 젠더 문제의 경우, 과거부터 이어진, 시대적으로 요구된 역할이 반영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성별의 프레임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사회와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름'다양성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관례나때는’, ‘틀렸다라는 표현은 되도록 삼가고 있어요. 관례로 포장된 주장이나 합의되지 않은 근거로 틀렸다고 한다면 상대방에게 중압감을 주고 이상의 논의를 불가능하게 하거든요. 저도 나이가 들며 어쩔 없이 꼰대가 수도 있지만,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템을 소개해주세요.

스물여덟 살에 다녀온 쿠바 여행에서 가져온 쿠바 3페소 화폐에요. 현지 정도 먹을 있는 정도의 적은 돈이지만 그만큼 유통이 많이 되는 단위라고 생각해요. 지폐에 그려진 인물이 바로 게바라거든요. 게바라는 동료들과 쿠바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성공한 재무장관이라는 권력자가 되지만, 정치적으로 실패하자 이를 인정하고 쿠바를 떠나게 되죠. 쌓아 놓은 부로 안빈낙도할 수도 있지만 자기 신념으로 다시 볼리비아, 아프리카에서 혁명을 도모하다 가진 없이 최후를 맞이해요. 

서두가 길었네요. 그처럼 공산주의자가 되겠다는 뜻은 아니고요. 기득권이 되어서도 안주하지 않는 , 항상 스스로 반성하는 태도,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신념을 본받고 따르고 싶어 항상 지갑에 넣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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