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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 넌> 2021 프로젝트 보기/워크숍 2차 : 예술대학생 <역전대학 : 위계 비틀기>

예술대학생 워크숍 <역전 대학 : 위계 비틀기> 스케치

2021. 12. 21.

예술대학생 워크숍 <역전 대학 : 위계 비틀기> 스케치

 

 

강정아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 사업두 번째 집중 워크숍은 <역전 대학: 위계 비틀기>이다. 예술 대학 내 만연한 성 위계 폭력을 인식하고 당사자들과 예방 대응을 고민하고 안전한 창작 환경에 대한 고민을 앞다투어 나누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오갔고 위계와 폭력으로부터 침묵하게 만드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와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행사 진행(게더타운)

 

코로나19로 대면으로 만나기 어려워서 게더타운(메타버스)에서 만남이 이뤄졌는데, 줌에서 이뤄졌을 때 대화의 한계와 아쉬움을 느껴 청년 예술청 공간을 게더타운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참여자들에게 사용 안내까지 진행했기에, 진행운영진의 노고가 느껴지기도 했다. 시작에 앞서 평등한 커뮤니티를 위한 약속문'을 읽으면서 안전한 대화를 위한 약속을 전제했고 이는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가장 당연한 명제이면서 선행되어야 할 약속이기도 했다.

 

1부는 ()동덕여자대학교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문아영 활동가의 <대학 내 반성폭력 운동에 대하여> 발제로 시작되었다. 2018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피해 학생 공론화로 위계폭력과 강제추행에 대해 문제 제기가 일어났고 2018427일에 비대위가 꾸려지게 되었다. 비대위 활동은 행사언론아카이빙모금소통5가지 키워드로 움직였고 활동의 배경과 지속력, 또 그에 따른 한계와 해체의 경험을 공유해 주셨다. 가장 마음에 맴돌았던 이야기는 사건의 문제라고 여겼던 일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사건의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시간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활동가로 정체화하고 자기 확신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아영 활동가는 활동의 지속력과 한계, 활동 해체에 대한 경험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그때 강유가람 감독의 <우리는 매일매일> 영화가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90년대 말 대학 안팎에서 페미니즘을 외쳤던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들을 추적하는 영화를 보면서 그 당시 열성적으로 여성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활동과는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연대하고 있는 방식에서 먼 훗날에도 마주해야할 성폭력 사건을 자신의 경험과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시간은 변화를 이끄는 힘이기도 하다. 단일한 정체성과 목소리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바꿀 수 없음으로 우리는 다양한 제 각기의 경험과 목소리로 연대하고 공감해야 한다.

 

1부 발제가 끝나고 가해자들이 계속해서 영향력을 확산하는 구조가 무엇이며 또 우리를 침묵하게 만드는 이유에 대해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특히 대학 내 폭력을 묵인하고 위계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목격했을 때 저항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졸업하고 나서도 업계 내에서 마주하기 때문에 부당하게 진행되는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것은전통'이라는 위계를 만들어내고 악습을 답습하게 만드는 고리라는 점을 지적했다.

 

예술대학의 특수성, 교수들 간의 위계관계, 도제식 교육이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는 참가자의 발언과 함께 위계가 라인을 형성함으로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안전망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직접적으로 위계폭력에 대해 대항하기 위해 어떤 역할과 노력이 필요할까. 진행자의 질문에 따라 주체적인 태도를 갖는 것과 연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문제를 공론화하고 공론화 이후 실질적인 변화로 끌어내기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보기로 했다.

우리가 해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그것이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2부에는 4~5회 커리큘럼을 참가자들과 짜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운영진 측에서 학생과 교수에게 필요한 강좌는 무엇일까에 대한 예시를 준비했고 인식개선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면 가해자가 생산한 지식 권력을 옹호하고 그들을 따르는 행위를 저지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 단체 혹은 집단 내 문제를 제기하게 되면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움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뽑았다. 참여자 대부분 공감했던 지점은 당사자가 아니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변화를 위한 실질적인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짚었다. 2부는 학생 대상과 교수 대상으로  나누어 본격적으로 커리큘럼에 대한 구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2부 1조 토의결과 (학생 대상 교육)

 

2부 1조 토의 결과 (학생 대상 교육)

<1: 학생 대상 교육조>는 잘못된 것이라고 인식하며 연대하는 방향을 구체화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위계폭력은 학생과 교수, 선후배 안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연출과 배우, 갤러리와 작가 간에 발생하며 이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를 했을 때 개선의 여지가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불안한 요소라고도 밝히기도 했다.

1회차는 예술대학 내 위계폭력 발생 시 대응 방안에 대한 전문가 강연, 2회차는 인식개선을 위한 서로 간의 감수성을 주고받는 경험, 3회차는 사건과 대응 방식, 사례를 점검하고 분석하면서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연대하는 방법들에 대해 토의하기. 4회차는 행동으로 옮겨보고 몸을 감각함으로 익힐 수 있는 언어들, 기사, 인터뷰, 매체를 활용하여 직접 행동해 보는 실습 활동. 5회차는 서로의 역할을 잘 이해하기 위한 역할극을 제안하기도 했다.

 

<2조 교수 대상 교육조>1회차. ‘라떼는 말이야시간을 통해 성평등탈위계 고발 사례를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눔으로 인식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의 필요성. 2, 3회차는 교수의 역할과 권한이 가진 무게를 짚고 실질적 성교육 의무화. 4회차는 교수 내부에서도 익명성을 보장하고 공론화하는 창구의 필요성. 5회차는 교육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 성평등탈위계 약속문을 만들어 보는 작업. 6회차는 성평등탈위계 약속문을 함께 읽어보고 학생과 교수 간 문화예술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는 시간을 제안하기도 했다.

 

1조와 2조의 회의가 끝나고 커리큘럼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참가자는 직접 커리큘럼을 제안하면서 문화예술계의 미투 운동에 앞장섰던 이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공감을 표시했다. 성폭력 사건을 타자화로 치부하지 않고 공감하고 연대하는 이들이 많아져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기를 바란다는 당연한 목소리가 당연하지 않은 현실과 대비되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 아직도 관행은 악습이 되어 되풀이될까. 예술 대학 내 위계 문제는 학교를 졸업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좁은 업계의 특성상 관계는 마주하게 된다. 한 참가자는 권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함으로 요청하는 것이고 쟁취하는 것이다.’ 표현함으로 교육 시스템이 부재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한 대응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아.’가 아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두려움에 대해 말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러왔지만, 시간은 변화를 몰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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