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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넌 어디서?/여기, 청년예술청

'21-'22년 사업 담당자 세 사람의 이야기

2022. 12. 21.

2021년 시작되어 2022년까지 이어 온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사업은 청년예술청의 담당자 여러분들이 거버넌스의 일원이 되어 함께 만든 사업입니다.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사업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를 해석하고 민과 관을 연결하는 행정 담당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첫 해 사업을 설계하고 운영한 윤동주 주임, 이듬해 플랫폼 형태의 사업을 변화한 <NONE: 넌>을 참여한 김근형 주임과 김민정 주임 세 사람을 만나 보았습니다.

 

'21년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사업 담당자 [윤동주 주임]
청년예술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동주 주임입니다. 문화와 예술을 늘 취미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그 언저리에서 일을 하고 있네요. 저는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보면 이상하게 딴죽을 걸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요. 2021년에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사업을 담당하면서 특히 그런 심보를 맘껏 부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업 등장 배경이 예민한 사건 이후로 알고 있어요. 담당자로서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부담도 있었지만, 그만큼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컸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던 주제라 함께 사업을 운영할 분들과 공부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기획하며 참여했습니다.

Y 사건 재단 입장문 보기: https://www.sfac.or.kr/opensquare/notice/notice_list.do?cbIdx=955&bcIdx=112643

 

2021년은 지원사업뿐 아니라 확성기, 워크숍 등 갈래가 많았어요. 잘 조율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특히 기울이셨어요? 
21년에는 저도, 운영기획단도 처음 사업을 설계하는 입장이라 시도해보고 싶은 주제나 형식의 사업이 다양했습니다. 그래서 2021년 1분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운영할 사업을 펼치고 모으면서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덕에 절대 많지 않은 예산임에도 다양한 영역의 주제를 시도해볼 수 있던 것 같아요.

 

'22년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사업 <NONE:넌> 담당 [김근형 주임]
문화예술의 언저리에서 저 스스로 즐겁고 의미있는 일을 쫓다보니, 서울문화재단에서 예술기획과 행정을 넘나들며 일하고 있습니다. 청년예술청에서는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NONE:넌>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22년은 개개인이 모여서 그 안에서 팀을 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플랫폼 형태로 변화하였어요. 특히 초기 동기부여가 굉장히 중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NONE:넌>은 명확한 주제와 목적을 가진 사업인 만큼 플랫폼 차원에서도 이슈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 교류 의지를 가진 참여자를 모으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동시에 그 장치가 사업에 대한 매력이자 참여자들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운영기획단과 함께 많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참여요건으로 마련되었던 [오픈 테이블], 구성원 선발 이후 진행되었던 [서로를 알아가는 소모임]이 그 장치의 역할을 했었어요. 매 모임마다 서로를 탐색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었고, 점차 협업하기 위한 의제로 대화의 주제를 좁혀나가며 수동적인 참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커뮤니티라는 공동의 감각이 자리 잡았던 것 같아요.  또 매 모임마다 '커뮤니티 그라운드룰', '문제상황 관련 대응매뉴얼'을 함께 살펴 읽으며 안전하고 민주적인 대화의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면의 시간을 가짐과 동시에, 소통 수단으로는 온라인 툴인 '슬랙(SLACK)'을 도입하여 맥락을 공유하면서 협업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사정으로 인해 대면 모임 참석을 못 한 사람이 있다면 금방 맥락을 따라잡고, 전체 공지나 간단한 결정 사항은 비동기로 진행하여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했어요. 여러 시도가 초반에 개개인의 사업 이탈을 막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알아가는 소모임]이 단순 교류의 목적이 아니라,
실제 '협업'을 할 동료를 탐색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대화 테이블의 주제 선별도 굉장히 중요했어요.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주제별로 대화하고 이를 심화하여 토론하는 총 3회차 소모임을 가졌어요. 어떤 대화 테이블을 만들 것인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1회차 때는 운영기획단에서 신청 시 30인이 제출한 각자의 고민, 문제의식, 관심 이슈 관련 키워드를 참고해서 대화 주제를 제안해 주었어요. 1회차 대화 흐름을 참고해서 2회차는 좀 더 심화한 주제로 좁혔으며, 마지막 3회차는 각자 제안한 기획안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함께 살펴보고, 접점이 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화 테이블을 구성했어요.

특히 1회차 모임에서 30명이 처음 만난 자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띤 대화가 이루어져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30명의 구성원이 전체가 처음 나누는 대화의 자리라 내심 걱정과 기대가 반반이었는데, 대화 테이블이 당사자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주제로 구성되었기 때문인지, 혹은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인지 정말 활력이 넘쳤거든요.

 

'22년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사업 <NONE:넌> 담당 [김민정 주임]
2022년 7월부터 <NONE:넌>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상과 환상을 넘나드는 경험과 감각을 여럿이 함께 만들고, 나누는 일을 좋아해요. 최근에는 좋아하는 일을 물리적/제도적/문화적으로 안전한 환경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는데, 청년예술청에서 <NONE:넌> 사업을 만나 개인적인 고민을 이어갈 수 있어서 뜻깊었어요.

개인에서 팀이 되는 운명적인 과정을 거치고 이어서 예산분배 토론회도 진행 했어요. 정액을 나눠주는 경우는 많으나 돈을 지출할 참여자들이 직접 예산 분배를 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 것 같아요.
예산분배 토론회를 되돌아보니, <NONE:넌> 사업의 기획 의도가 가장 응축된 활동이었다고 생각해요. 예산은 프로젝트의 규모와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니 기존의 지원 사업이나 재단의 여느 기획 사업처럼 정액 배분하거나 심사에 의해 차등 배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참여자들이 직접 결정하고 운용하도록 설계하자는 취지로 시작됐기 때문이에요.

2022년 예산분배 토론회는 총 3회 진행됐어요. 사실, 첫 번째 예산분배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예산을 더 많이 ‘쟁취’하기 위해 경쟁이 너무 치열하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그런데 막상 진행해 보니, 경쟁보다 경청과 배려가 돋보이더라고요. 예산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내 그룹의 예산 계획이 타당함을 설명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 구성원들이 예술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행여 축소하거나 포기하려 하지는 않는지, 4개 그룹이 특정 재원 혹은 물질을 공유함으로써 예산분배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방법이 없는지 거듭 고민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NONE WEEK를 준비하는 내내
운영기획단과 커뮤니티 구성원 - 그룹과 그룹 - 사업 내부와 외부를
어떻게 잘 이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4개 그룹의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NONE WEEK까지 여정을 무사히 마쳤어요!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담당자로서 여러모로 애써주신 부분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30명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그룹을 만들고, 약 3개월 동안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인 만큼 다양한 종류의 이슈와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졌어요. 운영기획단과 함께 거의 매주 회의하며 사업의 전반적인 운영을 고민하는 한편, 커뮤니티 구성원 개인 혹은 그룹별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또 NONE WEEK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간, 기자재, 홍보 등도 꼭 챙겨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많은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 스스로 늘 관계 맺기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 고민이 오히려 아이디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운영기획단, 커뮤니티 구성원과 수없이 이야기 나누었어요. 여러 사람의 고민이 모여 NONE WEEK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보다 많은 사람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자는 제안, 그리고 커뮤니티 구성원 중에서 자원을 받아 발표 주간 동안 안내데스크를 운영하자는 제안을 성사할 수도 있었어요.

 

무수히 많은 조율의 가운데에 있다 보니 NONE WEEK 오픈이 다가올수록 미처 못 챙긴 것은 없는지,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요. 그럴수록 각종 공유 문서를 만들어 그룹별 진행 상황을 꼼꼼히 기록해 공유해주길 요청하려고 했고, 그룹별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공유-대화-조율하기를 이어갔어요.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할 일들이 자꾸 많아져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 성평등·탈위계 문화조성 사업이라는 큰 취지에 대한 공감과 지지의 뜻으로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어요. 감사하고 뿌듯했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함께'해서 즐겁고 감사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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